무착·현장 스님의 ‘유가사지론’: 오온·18계·12처·사성제까지 한 번에 이해하기

무착 스님이 지은 대승불교 핵심 논서, 그리고 현장의 번역

이 논서 유가사지론은 5세기경 인도의 대승불교 스님 **무착(Asaṅga)**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0년 뒤인 7세기 중엽, 우리가 삼장법사라고 알고 있는 중국의 현장(玄奘) 스님이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한문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종종 “한문역이 있으니 중국 경전”으로 오해하지만, 불교의 근원은 인도이며 중국 불교는 ‘번역 전통’을 가진 지역일 뿐입니다.

총 7권 8품, 유식사상을 정리한 핵심 논서

이 논서는 총 7권 8품으로 구성되며,
현상 세계를 **오온(五蘊)·18계(十八界)·12처(十二處)**로 분류하여
“세계는 실재하는 물질이 아니라 의식이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유식(唯識) 사상을 논합니다.

또한 불교의 기본교리 **사성제(四聖諦)**를 해석하며,
이 교리를 깨달아야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반복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핵심 교리를 간단히 정리해드립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대승아비달마집론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사지론은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책입니다.


1.《대승아비달마집론》 ≠ 《유가사지론》

두 논서는 완전히 다른 책입니다.
저자가 다르고, 성립 시기가 다르고, 목적도 다릅니다.
단지 둘 다 유식학(唯識, Yogācāra) 계통에 속한다는 공통점만 있습니다.

정확히 구분하시면 불교 교리 구조가 훨씬 선명하게 정리됩니다.

2. 《대승아비달마집론》(Mahāyāna Abhidharma-samuccaya)

  • 저자: 아상가(무착, Asaṅga)

  • 시대: 4~5세기

  • 유식학(요가카라)의 아비달마 체계 총정리판

  • 색·수·상·행·식 등 모든 법(法)을 아비달마 방식으로 분류한 책

  • 형식적으로는 ‘아비달마(논리·분석)’를 대승불교 관점에서 재정리한 논서

즉, 대승 아비달마의 정식 교과서입니다.


3. 《유가사지론》(Yogācārabhūmi-śāstra, 유가사지지론/유가사지론)

  • 저자: 아상가(무착)로 전승되지만, 실제로는 ‘복합 저작’
    (몇 세기에 걸쳐 여러 학승들이 누적 집필한 대작)

  • 시대: 4~5세기 전후 + 이후 계속 보완

  • 분량: 100권이 넘는 엄청난 대 논서

  • 수행 단계(유가, Yogācāra)의 전체 체계·의식론·명상론·계율·선정·지혜까지 전부 담은 백과사전급 논서

즉, 요가카라(유식학) 전체의 대백과·총집입니다.


4.둘의 관계 (구조적으로 보면 이렇게 됨)

문헌학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가사지론 = 방대한 유식학의 대백과
대승아비달마집론 = 그중 ‘교리 분류 체계’를 요약 정리한 핵심 편람

즉,
《유가사지론》이 모체가 아니라
유식학 전체의 전통 속에서 출현한 거대한 체계이고,
《대승아비달마집론》은 그 중 핵심 교리만 아상가가 따로 정리한 책입니다.

둘은 계통이 같을 뿐 동일한 책이 아닙니다.


5.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

  1. 둘 다 무착(아상가) 계통

  2. 둘 다 유식학의 핵심 논서

  3. 한문 번역이 둘 다 현장(玄奘) 스님에 의해 이루어짐

  4. 유식학교(법상종) 교과과정에서 늘 함께 등장

  5. 제목이 ‘아비달마’와 ‘유가사(요가카라)’라서 비슷해 보임


1. 오온(五蘊) — 인간 존재를 이루는 다섯 무더기

오온은 ‘오음(五陰)’이라고도 하며,
‘집합·무더기·구성요소’를 뜻합니다.

① 색(色)

물질적 형태, 즉 육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모든 물질적 요소.

② 수(受)

느낌·감각을 받아들이는 작용.
기쁨·슬픔·쾌·불쾌 등 단순 감정도 포함합니다.

③ 상(想)

마음속에 이미지를 떠올려 개념을 만드는 작용.
예를 들어 “불”이라고 말하면
– 화재
– 조명
– 담뱃불
을 떠올리는 등, 각자 다른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④ 행(行)

의지를 포함한 마음의 활동 전반.
수·상·식을 제외한 모든 정신적 작용.

⑤ 식(識)

대상을 인식하고 구별하고 판단하는 작용. 마음의 주체성.

오온 중 색온은 물질이고, 나머지 네 가지는 정신입니다.
이 둘을 합쳐 “명색(名色)”이라고 하며 인간을 이루는 전체 구조가 됩니다.

중요한 점은 오온은 지속적으로 생멸·변화하므로 ‘불변의 자아’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윤회의 기반이라는 의미에서 **오취온(五取蘊)**이라는 개념도 등장합니다.

1. 오취온의 핵심 원인: “집착이 오온을 고통의 구조로 만든다”

오온(색·수·상·행·식)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구성요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 오온을

  • ‘나의 몸이다’

  • ‘내 감정이다’

  •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이라고 **집착(취)**합니다.

이 집착이 개입된 오온을
👉 **오취온(五取蘊)**이라고 합니다.

즉,
오취온 = 오온 + 집착

이 한 글자 차이가
윤회가 지속되는 구조를 만들고,
고통이 반복되는 원인을 설명하게 됩니다.


🔥 2. 오취온의 구성 (오온과 동일하지만 성질이 달라진다)

오취온의 구성은 오온과 똑같습니다.

  • 색취온(色取蘊)

  • 수취온(受取蘊)

  • 상취온(想取蘊)

  • 행취온(行取蘊)

  • 식취온(識取蘊)

하지만 ‘취(取)’가 붙는 순간,
이 요소들은 단순한 구성요소가 아니라
*“집착을 통해 다시 오온을 만들어내는 원인 덩어리”*가 됩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 3. 왜 오취온이 윤회의 기반인가? (핵심 구조 분석)

불교는 윤회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① 오온은 순간순간 생멸한다.

しかし(그러나) 인간은 이 오온을
“이것이 나다”라고 잘못 집착함.

② 이 집착은 욕망·업(karma)을 일으킨다.

집착 → 욕망(갈애) → 행위(업) → 결과 → 새로운 오온 생성

③ 그 결과 다음 생의 오온이 다시 만들어진다.

즉, 오취온은 다음 생의 오온을 낳는 씨앗입니다.

오온 (순수한 구성요소)
↓ 집착(取)
오취온 (집착된 구성요소)
↓ 갈애(渴愛)·업(業)
다음 생의 오온 생성

즉,
👉 오취온이 바로 윤회 시스템의 작동 원리입니다.

여기서 문제는 집착, 갈애를 오온과 별개의 요소로 봐야 하느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 4. 오온과 오취온의 차이를 쉽게 설명하면

오온 = “잠재적 구조”

단순한 구성 요소. 그 자체로는 문제 없음.

오취온 = “불씨가 붙은 구조”

집착이 결합 → 번뇌와 고통 발생 → 윤회 발생

 “바닷물을 마시면 더 목마르는 구조”처럼
오취온은 스스로 계속 고통을 재생산합니다.


🔥 5. 오취온은 왜 깨달음에서 핵심이 되는가?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오온을 ‘나’라고 여기던 집착을 버리는 것입니다.

즉,

  • 오온은 본래 공하다

  • 그 공한 오온에 집착하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다

  • 그 집착이 소멸하면 윤회도 끊어진다

그래서 부처님은 사성제·팔정도·연기법·반야사상 모두에서
결국 오취온을 분해하는 방향으로 가르침을 이어갑니다.


2. 색즉시공·공즉시색의 의미

불교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핵심 문구입니다.

단순히 해석하면,
물질(색)은 곧 비어있음(공)이며, 비어있음은 곧 물질이다.

조금 더 현대적으로 풀면
“육체는 신(神)·절대성의 조화로 회귀하며, 그 절대성은 다시 육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구는 색뿐 아니라 수·상·행·식 모두가 공하다는 뜻입니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수행(반야바라밀다)을 할 때
오온이 본래 공한 성품임을 비추어 보고 집착을 버리게 되니
모든 고통에서 건져진다는 의미와 연결됩니다.


3. 18계(十八界) — 인간의 인식 작용 분류

18계는 인간과 존재 세계를 18가지 인식 범주로 나눈 것입니다.

구성

  • 육근(六根): 눈·귀·코·혀·몸(피부)·의식

  • 육경(六境): 물질·소리·냄새·맛·촉감·현상

  • 육식(六識):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

육근은 감각기관(주관),
육경은 감각 대상(객관),
육식은 주관과 객관이 만나 일어나는 마음 작용입니다.

육식을 제외한 12가지는 **12처(十二處)**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내 눈이 나쁘면 사물이 흐려 보이고, 그 정도는 나만 압니다 → 주관
모두가 듣는 새소리는 동일하게 인식됩니다 → 객관


4. 사성제(四聖諦) — 부처님의 첫 가르침

부처님이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처음 설한 가르침이 바로 사성제입니다.

① 고제(苦諦)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세상은 고통으로 차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단계.
대표적으로 **8고(八苦)**가 있습니다.

  • 생·노·병·사

  • 애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

  • 원증회고: 미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

  • 구부득고: 원해도 얻지 못하는 것

  • 오온성고: 끝없는 분별로 인한 고통
    오온성고는 “조난 시 바닷물을 마실수록 더 목마른 것”에 비유됩니다.

② 집제(集諦) — 고통의 원인

고는 우연히 생기지 않습니다.
그 원인이 되는 갈애(渴愛), 즉 집착·갈망이 고를 일으킵니다.

③ 멸제(滅諦) — 고통의 소멸

갈애를 없애면 열반의 세계가 드러나며, 이것이 수행의 목표입니다.

④ 도제(道諦) — 고통을 없애는 길

열반으로 가는 바른 길이 제시되는데,
그것이 바로 **팔정도(八正道)**입니다.


5. 팔정도의 근본 원리: ‘바른 방향성 없이는 어떤 수행도 작동하지 않는다’

팔정도의 핵심은
“잘못된 생각·말·행동·삶의 방식이 고통을 만들어내고,
바른 구조를 채워 넣으면 그 고통이 멈춘다”

는 원리입니다.

이 8가지는 따로 떨어진 요소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구성은 크게 3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1. 지혜(반야) → 정견·정사유

  2. 도덕·계율(실천) → 정어·정업·정명

  3. 수행(정정·정혜) → 정정진·정념·정정

즉,
👉 바르게 보고 → 바르게 생각하고 → 바르게 말하고 → 바르게 행동하고 → 바르게 살아가며 → 바르게 마음을 관리하는 일련의 과정

이 전체 흐름이 팔정도입니다.


🔥 1. 팔정도의 8가지 항목 정리

① 정견(正見, 바른 이해)

세상을 바르게 보는 것.
고·무상·무아·연기법 등을 바르게 이해함.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잘못 본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첫 번째에 놓임.

즉,
세상을 사실 그대로 보는 것이 수행의 출발점.


② 정사유(正思惟, 바른 생각)

바른 이해에서 나온 바른 의도·발심.
악의·욕망·해침을 일으키는 생각을 버리고
자비·비폭력·이타적 마음을 일으키는 것.

정견이 “지적 기반”이라면
정사유는 “정신적 방향 설정”.


③ 정어(正語, 바른 말)

거짓말·이간질·욕설·쓸데없는 말(기어)을 하지 않음.
말은 업(karma)을 가장 빠르게 만들어내므로 수행에서 매우 중대함.

입으로 짓는 업은 가장 빠르게 세상을 망하게 하고,
입으로 짓는 선행은 가장 빠르게 세상을 살린다.


④ 정업(正業, 바른 행위)

살생·도둑질·사음 등을 하지 않음.
몸으로 짓는 잘못된 행위를 정리하는 단계.

정어가 “언어의 계율”이라면
정업은 “행동의 계율”.


⑤ 정명(正命, 바른 생계)

해로운 직업을 버리고
자기와 타인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

불교에서 금지한 생업:

  • 살생업

  • 무기·독약·마약 거래

  • 사기성 점술·사기성 의술 등

즉,
돈을 벌되, 남에게 해를 끼치는 방식이면 이미 수행이 아니다.


⑥ 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

악을 줄이고 선을 키우는 올바른 노력.
노력에도 바른 노력과 그릇된 노력이 있음.

  • 아직 생기지 않은 악 → 생기지 않게

  • 이미 생긴 악 → 없애고

  • 아직 생기지 않은 선 → 생겨나게 하고

  • 이미 생긴 선 → 자라게 한다

즉,
정정진은 마음의 방향성을 계속 교정하는 지속 노력.


⑦ 정념(正念, 바른 알아차림)

지금 이 순간의 몸·감정·생각·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힘.
불교 수행 전체의 중심축이기도 함.

요즘 말로 하면 “메타인지”,
유식사상에서는 “식(識)의 흐름을 투명하게 비추는 작용”.

주의가 흐리지 않을 때 번뇌가 줄어들고,
그 줄어듦이 해탈의 길을 여는 핵심.


⑧ 정정(正定, 바른 집중)

올바른 선정(禪定, samādhi).
마음을 한 곳에 모아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만듦.

그러나 단순한 몰입이 아니라
정견과 정사유를 바탕으로 한 바른 집중만이 정정.


🔥 2. 팔정도는 왜 ‘도제(道諦)’인가?

사성제 마지막 단계인 도제(道諦)는
“고를 소멸하는 길”을 의미합니다.

그 길이 바로 팔정도이며,
팔정도가 작동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견 → 바르게 봄
정사유 → 마음의 방향 설정
정어·정업·정명 → 삶의 형태 교정
정정진 → 번뇌·선악의 흐름 관리
정념 → 알아차림
정정 → 집중과 통찰

이 전체 구조가 조화롭게 작동할 때
마음은 고통을 만드는 방법을 잊고,
해탈과 열반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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