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물질 무더기로 보는 것이 유물론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물론을 잘아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잘모르는 사람들의 상식속의 유물론이 싫다.
정확히 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철학적 정의와 그 이면에 감춘 실체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단 사전적인 유물론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유물론은 물질을 제1차적·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하고, 마음이나 정신을 부차적·파생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설이라 하고 유물주의(唯物主義)라고도 합니다.
정신을 바로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입장 또는 물질(뇌)의 상태·속성·기능이라고 주장하는 입장 등 여러 입장이 있습니다.
원래 철학용어로서는, 세계의 본성(本性)에 관한 존재론(存在論)상의 입장으로서 ‘유물론’과 ‘유심론(唯心論)’을 대립시키고, 인식의 성립에 관한 인식론(認識론)상의 학설로서 ‘실재론(實在論)’과 ‘관념론(觀念論)’을 대립시키는 것이 올바른 용어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대립을 시킬 때 우리는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이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유물론’은 ‘관념론’의 대어(對語)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대어란 대립하는 말이란 뜻이죠.
그 까닭은 근본적으로 근세철학에서 유물론은 실재론적 입장의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적 실체’에 근거를 두고 존재론이라는 형식으로 자기 주장을 해왔습니다.
반대로 관념론은 유심론적 입장이 ‘사고(思考)하는 우리’에게 근거를 두고 인식론적으로 전개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유물론’으로 19~20세기에 걸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엥겔스가 용어법으로서 ‘유물론과 관념론’이라는 대어를 사용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계승한 레닌이 ‘오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하여 ‘실재론’이라는 용어를 배척하였다는 사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기는 하는데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군요.
간단히 표현하면 인간을 유기화학적 컴퓨터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인간을 물질무더기로 볼 때 벌어지는 파국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그런가보다 하게 되지만 결국 이것은 사람도 물건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제일 먼저 인권에 문제가 생기겠죠.
인간을 그냥 물질무더기로 인식했는데 꼭 인권이란 개념이 필요할까요?
인권의 개념이 흐려지면 인간의 자유에 대한 이유도 흐려지죠.
이럴때 독재가 등장하는 것은 필연일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전승 되어 온” 이라는 개념도 별의미가 없어집니다.
사람이 의미를 잃는데 이전 사람으로부터 전승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단절이 있게 됩니다.
크게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있게 되고 작게는 이순신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을 치우고 촛불혁명을 기념하자 라는 의견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왜 촛불집회가 촛불혁명으로 불려야 하는지는 저도 모르지만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정치합시다인지 알릴레오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주진형 선생님도 촛불혁명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이 분 씨니컬한 성격은 무한도전의 캐릭터쇼처럼 과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처음 났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수단의 선악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사람을 물건으로 인식하면 당연히 이렇게 됩니다.
예전에 읽은 글에서 출처는 잘 모르겠지만 여성을 성적인 욕망의 해소로만 바라볼때 남성의 용어선택이 사람에게 쓰는 용어가 라 아니라 물건에 쓰는 용어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과 조금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수단의 선악을 가리지 않는 교활함은 우리 민족의 독립투쟁사의 깊은 상처인 자유시 참변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좋아할 이유가 없네요.
인간의 소명과 끊임없는 자기 재규정
그래서 성학십도 리뷰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인간은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 내밀하게 말하면 당연히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도 정말 중요합니다.
제 개인적인 공부로는 인간의 소명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재규정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이고 왜 여기있는지 무엇을 위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미지의 영역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욕망을 만족시키는데 그칠 수도 있고 지구생태계 전체의 핵심종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영원을 탐구하는 탐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유물론(Materialism)과 관념론(Idealism): 세계의 근본을 물질로 보느냐(유물론), 정신이나 의식으로 보느냐(관념론)를 다루는 철학의 오랜 양대 축.
엥겔스와 레닌의 철학적 입장: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의 틀을 다진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이를 계승·발전시키며 인식론적 정합성을 강조했던 블라디미르 레닌의 역사적 맥락.
문화대혁명 (Cultural Revolution, 1966~1976): 중국에서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급진적 정치·사회 운동으로, 전통 문화와 과거의 유산을 철저히 부정하고 단절시키려 했던 역사적 사건.
자유시 참변 (1921년): 러시아 극동 자유시(알렉세예프스크)에서 독립군 부대 간의 주도권 다툼과 소련 적군의 무장 해제 과정에서 수많은 한인 독립운동가가 희생당한 비극적 사건.
성학십도(聖學十圖): 조선 중기의 학자 퇴계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유교 경전의 핵심 도해도와 해설로, 인간이 도덕적 주체로서 자신을 어떻게 수양하고 규정해야 하는지를 다룬 저작.